◆ 송곳처럼 핵심을 찔러라-니혼에임
= 장사가 안돼 문을 닫을 처지에 놓인 동네 식당. 식당 주인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안 팔리는 메뉴부터 정리하는 것이다.
기업도 붙잡고 있으면 인력 낭비, 시간 낭비인 사업부터 과감하게 접어야 한다. 반도체 제조 공장에 인력을 파견하는 서비스업체 니혼에임은 연매출 280억엔인 건실한 중소기업이다. 그러나 이 회사가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다.
니혼에임이 설립되던 1995년에는 일본 경제가 이미 장기 불황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불황으로 인한 기업 구조조정 때문에 일본 기업들은 인력 수급에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었다. 니혼에임은 뜻하지 않은 호황을 맞은 인력 파견 시장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가전, 자동차, IT 등 다양한 분야에 인력을 파견했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이미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반격이 시작된 것은 2001년이다.
니혼에임은 매출액을 전년 대비 32%나 끌어올리며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반도체 기업에만 인재 파견 서비스를 집중하기로 결정한 덕분이었다. 반도체 기업들이 막대한 교육 비용과 높은 이직률로 고민하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메뉴가 단 하나뿐인 식당에 손님을 모으기 위해 니혼에임은 음식 맛을 최고로 끌어올렸다. 니혼에임은 우선 시험에 합격해야만 다음 레벨로 올라갈 수 있는 4단계 온라인 교육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자체 연수원 실습을 통해 현장 경험까지 쌓도록 했다.
교육 결과와 파견 실적에 따라 직원 등급을 다섯 단계로 분류해 성과 보상을 철저히 했다.
니혼에임은 지금 일본 반도체 관련 기업에 대한 파견 인력 가운데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 시장 허점을 노려라-북오프
= 한 골목에 고만고만한 식당이 수십 개 밀집해 있다면 어떻게 차별화를 이룰 수 있을까.
서울역과 신촌에도 매장을 둔 일본 중고서적 전문기업 북오프.
북오프는 시장 허점을 영리하게 공략해 대성공을 거뒀다.
북오프 설립자인 사카모토 다카시는 일본에서 불황이 시작되던 1990년 중고 서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새 책보다는 헌책이 잘 팔릴 것이란 판단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수많은 경쟁자가 존재하는 레드오션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낡고 어둡고 냄새나는 헌책방이 주류였다. 시장 허점은 거기에 있었다.
116㎡짜리 첫 가게를 만들면서 사카모토 사장은 매장 분위기부터 확 바꿨다. 마치 새 책을 파는 서점처럼 조명부터 밝게 했고 매장 인테리어를 깔끔하게 바꿨다. 입수한 헌책은 자체 제작한 연마기를 통해 깨끗이 다듬고 퀴퀴한 냄새도 뺐다.
중고서점은 얼마나 많은 책을 확보하느냐가 관건. 사카모토 사장은 헌책 삽니다 대신에 당신 책을 우리에게 팔아주세요를 내걸었다. 직원을 고객 집으로 보내 헌책을 직접 매입하게 했다.
북오프는 일본 내 매장 1000개를 돌파했고 2004년 380억엔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605억엔으로 껑충 뛰었다.
한국은 물론 미국 프랑스 캐나다에도 진출했다. 아동과 스포츠 전문서적 매장 등으로 사업도 계속 확장하고 있다.
◆ 공격적 마케팅으로 넘어서라-세콤
= 불황이 깊어지면서 식당에 파리만 날린다. 어떻게 해야 다시 손님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단순히 불황기를 버티는 차원을 넘어 공격적인 투자로 큰 성공을 거둔 기업도 있다. 바로 세콤이다.
1962년 설립돼 1990년대 이미 일본 보안시장에서 1위를 점령한 세콤이었지만 불황기는 역시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나 세콤은 도리어 공격 경영을 선언한다. 신제품 개발에 적극 투자하는 한편 대대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펼친 것이다. 세콤 하고 계십니까라는 짧은 광고 문구는 잦은 노출로 아예 유행어가 됐다. 의료, 컴퓨터, 주택, 보험 등 인접 분야로도 사업을 확대했다. 문어발식 확장이 아니라 치밀한 시장조사에 따른 도전이었다. 주택사업에 나서면서 세콤은 보안이 완비된 주택을 내세웠다. 건설회사를 사들여 세콤 홈라이프라는 이름을 붙인 뒤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분양 사업을 펼쳤다. 화재보험이나 의료ㆍ사이버 보안사업 등도 핵심역량을 확대하는 수순이었다.
불황기일수록 움츠리면 안된다. 시장에 기회가 있고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오히려 불황은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다른 기업과 격차가 벌어질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하위 75%에 위치했던 기업 중 22.9%가 상위 25%대로 진입했다고 한다.
반면 기존 상위 25% 안에 들었던 기업 중 67.4%는 하위 75% 자리로 추락했다.
연구 결과는 불황이 끝난 뒤 나와 경쟁자 위치가 달라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업 경영에서 불황기는 강자와 약자가 재편성되는 시기라는 얘기다.

